12년 가까이 키운 개.
오랜 시간 함께 했지만, 개 털도 싫고 집 안에서 키우는 것은 더욱 싫어하는 부모님.
아버지는 귀여운 것을 좋아한다.
아기도, 강아지도 아기가 아기 짓 하는 것에 눈이 빛난다.
달이 어릴 적 집에는 귀여운 강아지를 많이 키웠다.
많이 키웠다는 것, 지금은 그것이 이상하다는 것을 안다.
개의 수명은 15~20년.
이제 30대인 달이 강아지를 여러마리 보았다는 것은
집에 왔던 그 귀여운 강아지들이 성장하면서 어디론가 사라졌다는 의미다.
그리고 그 모습을 참을 수 없게 된 어느 날
달은 아버지에게 으름장을 놓았고
그 이후 데리고 온 지금의 개는 팔려가지 않고 10년을 눌러앉았다.
10년 넘게 살아있었다 한들, 시골 개처럼 묶여 산 세월이 한 평생이다.
그렇게 정 아닌 정든 늙은 개.
이 지역 저 지역 떠도느라 바빴던 달이 늙은 개에게 해준 건
부모님을 설득해 마당에서 베란다로 진출시킨 것,
찬 바닥에 방석 몇 장 더 깔아 준 것,
가끔 만나면 조금 오랜 시간 만져준 것.
방관자로서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달은 독립을 했고, 또 다른 개 한마리와 함께 산다.
또한 본가는 이사를 준비하면서 키우던 개 때문에 곤란한 상황이다.
언제나 이기적인 인간의 사정이 우선이니
가만히 있다가는 또 어딘가로 사라질 것 같아 달이 데려가겠다 냉큼 말했다.
식구가 하나 늘게 되는 것이 솔직히 부담스럽다.
마당견이라 잘 짖는 편이고
나이가 들어서 교육도 어렵다.
그리고 무엇보다 함께 사는 젊은 개와 상성도 안 맞는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옆집에 피해가 가진 않을지 신경도 쓰인다.
아무튼, 걱정은 달이 끌어안고 새로운 식구가 잘 적응하기를,
부모님에게 버려졌다고 생각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천천히 진짜 식구가 되어갔으면 좋겠다.
'소소한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런 날 (0) | 2021.05.27 |
---|---|
[AdultBTI 검사하기] 나를 판단하는 놀이는 언제나 즐겁다. (0) | 2021.05.18 |
그동안 먹은 것들, 건강해야지. (0) | 2021.04.22 |
글을 쓰다, 문득 문득 떠오르는 생각과 달의 취향 (2) | 2021.04.14 |
우울한 직장인에게 글쓰기가 필요한 이유 (0) | 2021.04.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