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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일상

글을 쓰다, 문득 문득 떠오르는 생각과 달의 취향

1.

달은 오늘 쉬는 날이다.

근무 날에는 맘 편히 공부할 수가 없어서 온전히 집중할 시간이 절실했더랬다.
레시피 암기든 신입 교육이든 오늘이 원 없이 하는 날이다.

그러나 밤에 글을 쓰느라 늦게 잔 달은 늦잠을 잤고,

늦게 일어난 만큼 쫓기는 마음이 있었다.

씻고 청소하고, 간단히 요거트를 먹고 나가서 공부를 하기로 계획했다.

 

준비를 마치고 설거지를 하다 그릇이 떨어지면서 빨리 잡는다는 게 깨진 접시를 잡아 다쳤다.

밴드를 붙이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피가 너무 퐁퐁 나와서,

잘못되면 쇼크를 받을 것 같아 병원에 갔더니 2 바늘을 꼬매 줬다.

교육 기간 동안 설거지 많이 할 텐데, 하필 이럴 때 다치다니😥

대기중에 사진 찍음. 피가 굳어 밴드가 붙으면 아플까봐 장갑도 꼈다.

혼자 살다보니 작은 실수나 상처들을 혼자 수습하는데 능숙해진다.

30대인 지금도 스스로가 전혀 어른 같지 않지만,

이럴 때 정말 어른이구나 싶다.

 

 

 

2.

병원일을 본 뒤, 인근 스타벅스 매장에 왔다.
자리에 앉아 노트북 전원을 켜자마자 배가 고파졌다. 

달은 스타벅스 파트너가 되었기 때문에,

스타벅스 음료와 푸드를 30% 할인 받을 수 있다.

그래서 평소 부담스러워 잘 이용하지 않던 푸드도 구매해본다.

 

정신없이 절반 이상을 먹다가 사진을 찍어야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초보 블로거와 동시에 사진 찍기 귀찮은 달.

뒤늦게 절반 먹던 것이라도 찍을 걸 싶다.

두번 후회하며 허기를 달래본다.

 

 

 

3.

스타벅스 아메리카노는 달의 취향이 아니다.

달은 첫입에 풍부한 과일과 꽃의 아로마를 느낄 수 있는,

부드러운 산미와 뒷맛이 깔끔한 스페셜티를 좋아한다.

따뜻하게 마셔도 좋지만, 아이스 커피로 즐기면 청량감이 좋다.

그래서 프렌차이즈 커피중 가장 좋아하는 원두가 투썸플레이스의 아로마노트 다.

많은 사람들이 투썸의 두 가지 원두의 차이에 대해 특별함을 갖지 않지만,

서울에서 아주 먼 지역에 사는 달에게 투썸은 사막의 이슬과도 같다.

아로마노트도 아주 대중적인 편에 속하지만,

웬만한 대중적인 커피들은 고소함과 묵직함을 추구하기 때문에 더 두드러지는 것 같다.

 

취향이 이렇다보니 아.아는 청량감이 느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입안에 무겁게 남는 탄맛과 바디감이 두드러지는 커피는

아.아로 먹었을 때 어떤 장점이 있는지 잘 모르겠다.

그래서 스타벅스 아메리카노는 조금 부담스럽고 연하게 마셔야 한다.

 

그리고 최근 근무하면서 스타벅스 블론드 바닐라 더블샷 마키아토 라는 메뉴를 먹어봤는데,

아로마노트로 만든 가볍고 부드러운 풍미의 바닐라 라떼가 연상되는,

아니 그보다 더 부드러운 달콤함을 가진 음료였다.

그래서 대체 뭐가 들어갔는지 봤더니 바닐라베이스에 의외로 흑당시럽이 들어있었다.


그리고 알았다.

스타벅스에도 블론드 라는 스페셜티 원두가 있었다는 것을.

마시면서 무슨 놈의 음료 이름이 이렇게 길고 복잡한지 투덜거렸는데,

단순히 복잡한 메뉴가 아니라 원두 이름을 붙인 친절한 메뉴였던거다. 😅

메뉴에 대해 더 공부할 필요성을 느낀다.

다음에 꼭 블론드 아메리카노를 마셔봐야겠다.

 

 

4.

오늘의 달은 청소도 하고, 사고도 치고, 학습도 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하루를 알차게 보냈다.

해야 할 일은 많지만 조금 뿌듯하고 행복감을 느낀다.

 

2년 전의 달은 일을 정말 열심히 했었다.

또 조급했고, 욕심도 많았다.

그때는 정말 많은 일상을 포기하며 일을 했다.

일-잠-일-잠의 반복, 쉬는 날이지만 더 격렬하게 쉬고 싶었다.

그렇게 시간을 갈아 넣었지만 능률이 높은 편도 아니었고,

달은 일상을 희생한 생활 속에서 행복할 수 있는 사람도 아니었다.

 

지금의 좋음을 붙잡고자 하면 불행하다.

불교 수업을 들으며 배운 진리다.

그러니 현재의 기쁨이 영원하기를 바라는 마음은 내려놓고

지금 이 순간에 느끼는 마음이 긍정적임에 감사해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