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소소한 일상

우울한 직장인에게 글쓰기가 필요한 이유

달은 느리다.

유행의 오고 감에 관심이 없고 환경의 변화에 무딘 편이다.

그렇다고 유행을 무시하거나 거부하는 청개구리형도 아니다.

살아가다 어느 순간 이게 유행이구나 하고 감탄하다 이내 다시 삶으로 파고든다.

어딘가에선 슬로우어답터 라는 단어도 만들어졌다고 한다.

얼리어답터(Early adopter)에서 파생된 단어인 슬로우어답터(Slow adopter).

 

무언가 생겨나면 빠르게 캐치하고 경험하는 얼리어답터는 유행을 선도한다.

반대로 슬로우어답터는 느리고 자신에게 맞는 가치를 찾을 때까지 움직이지 않는다

무엇이 맞다 아니다를 나눌 순 없지만, 달은 지금의 삶이 꽤 괜찮다고 생각한다.

다만, 유행의 관점에서 뿐만 아니라 사람간의 관계와 직장 내에서의 흐름 등

빠르고 복잡한 관계 안에서도 괜찮을 수 있을까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스타벅스 입사지원 관련 글을 작성하면서 달은 지나온 많은 것들을 떠올렸다.

달은 느리고 민감했고 상처 받았으며, 유쾌하고 화를 내고 노력했다.

좋은 것은 갖고 나쁜 것은 버리고 싶던 어떤날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안다.

스스로도, 어떤 환경도, 사람도 달의 기준대로 가치를 정했을 뿐,

좋고 싫음의 가치로 구분할 수 없는 그저 온전한 그것일 뿐이기 때문이다.

 

좋고 싫음을 두고 사물을 바라보면 마음이 참 힘들다.

그와 동시에 올라오는 감정들이 이성을 짓밟아버린다.

순간 올라오는 모든 것들은 컨트롤할 수 없을 것처럼 느껴지고,

그렇게 보낸 하루는 모든 것을 망친 것만 같은 절망감에 빠져 마무리된다.

달은 그랬다. 그러다 잠이 들면 다음날 아침 역시 괴로웠다.

 

달은 10대시절 시와 그림을 좋아했다.

그리고는 20대를 시와 그림이 없는 생활로 채웠다.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직업으로 가질 수 없을 것이라는 박탈감이 좋아하던 그것들을 버렸다.

내가 끌어안고 살 수 없다면 차라리 그것을 별 볼 일 없다고 가치를 정해버리고,

별 볼 일 없는 것을 좋아하느니 차라리 버린 것이다.

그리고 그 첫 결정은 20대의 달을 쉬이 좋아하는 것을 포기할 수 있는 사람으로 만들었다. 

 

30대에 들어선 달은 여전히 그렇게 살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 더 이상 이런 식으로 삶을 지속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달은 좋아하던 것들은 스스로 버렸고, 

더이상 좋아하는 것이 남아있지 않게 되어버린 자신이 한없이 초라하고 불쌍했다.

그래서 변하기로 마음먹었다.

 

매일 하나씩 아무 내용이라도 글을 쓰기로 결심했다.

달은 좋아하지 않을 수밖에 없게 된 것들에 대해 다시 좋아해야 할 이유를 만들었고,

하나하나 곁에 두기 위해 애쓰고 있다. 그중 하나가 이 블로그이다.

하루 동안 뭘 쓸지, 어떻게 써야 할지 생각하면서 일상의 작은 변화들을 발견하고 집중하게 되었다.

이런 생각과 행동들이 채워지기 전의 달이라면 아마 회의적인 삶에 대한 의문과

하루 중 괴로웠던 일들에 대해 곱씹으며 여전히 하루를 망치고 있었을 것이다. 

 

글을 생각하며 집중하고, 글을 쓰며 자신을 인식하고, 글을 고치며 스스로를 다듬는다.

지루하다 못해 메말라버린 일상에 에너지가 생겼고

무언가 하고 싶은 것들이 새싹이 돋아나듯 솟아올랐다.

 

글을 쓰는한 우리는 살아있다.

달이 글을 쓰는 계기가 된 소설가 김영하 님의 세바시 강연 내용이다.

글을 쓰는 것은 모든 억압으로부터의 해방이며 마지막 자유이자 최후의 권능이다.

라는 말이 아무 생각 없이 유튜브를 보고 있던 달의 가슴에 박혔었다.

그리고 변화가 시작되었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달에게는 과거도 미래도 그 누구도 개입할 수 없다.

 

만약 누군가 사는게 지쳤다고 한다면, 달은 글을 써보라고 하겠다.

단순한 글일 뿐이지만 해방되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