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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일상

그런 날

직장 동료에 의해 마음이 상한 날.

이런저런 생각들이 오간다.

내가 잘못 생각한 건가? 말하지 말걸 그랬나? 내가 좀 더 바뀌어야 하나? 

내 기준으로, 내 중심으로 올라오는 생각들.

피해의식 같아 무심하게 넘긴다.

그리고 느껴지는 가슴의 통증. 답답하다.

자꾸 떠오르는 그 순간의 기억이 온전한 나만의 시간을 빼앗는다.

 

생각을 잊고자 유튜브를 켠다.

우연한 알고리즘으로 뜬 영상.

가장 좋아하는 가수 김윤아 님의 결혼 생활이 보인다.

앨범이 새로 나왔나? 좋아 보인다.

좋아했던 아티스트가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흐뭇하다.

그리고 이어서 그녀의 음악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힘들었던 20대에 힘이 되어준 김윤아 님의 음악.

음악을 거의 듣지 않고 살아가고 있었는데,

간만에 꽂혀 자우림 노래를 쭉 검색해서 듣는다.

기분 좋게, 그리고 흐뭇하게

 

영상이 멈췄다.

그리고 다시 올라오는 답답함, 그리고 직장에서의 불편한 기억.

좋은 것을 찾아 집중했는데도 올라오는 이 불쾌한 감정.

마음이 파업을 했는지, 무시하니 자꾸만 올라온다.

영상 보는 것을 멈추고 가만히 느껴본다.

그리고 떠오르는 생각을 그대로 입 밖으로 내뱉는다.

무례한 인간. 타인의 감정에 대해 무심한 인간. 자기만 아는 이기적인 인간.

단어를 내뱉고 나니 내 태도가 아닌 상대의 태도에 화가 나 있다.

그리고 서운한 감정, 분노, 억울함, 탓하는 마음.

내가 화가 났었구나.

무례한 그 사람으로 인해 감정이 상했구나.

상한 감정을 알아주고 스스로의 서러움을 들어준다.

 

그리고 다시 김윤아 님의 음악을 듣는다.

이어져 나오는 음악은 꿈, 강, 유리, 샤이닝, going home, 타인의 고통.

그전까지 밝은 노래들이었는데 하필 나오는 노래가.. 소름이 돋는다.

밝은 음악은 밝은 대로, 우울하고 어두운 음악은 그 나름대로

마음을 어루만지며 약을 발라준다.

타인의 감정에 무심한 누군가에 의해 받은 상처를

타인의 감정을 소중히 여겨주는 누군가의 말과 음색으로 치유받는다.

 

그리고 김윤아 님의 음악처럼

나 스스로도 마음을 소중히 여겨야겠다 생각이 드는 밤이다.

그래서 일과 일상에 빠져 소홀해진 글을 적는다.

누군가 힘들 때 해주는 말을 스스로에게 해본다.

그랬구나, 힘들고 억울했구나.

잘했어. 그리고 고생했어.

하루의 마무리를 좋은 것들로 채워줘서 고마워.

그리고 내일도 힘 내보자.

나는 항상 니 편이니까.

 

마음을 무시하고 있을 땐 상처 받은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화가 난 거였다. 그냥 싸운 것과 다를 것이 없다.

소극적이고 말을 아끼는 탓에 피해의식이 생긴 모양이다.

마음을 알아차리지 않았으면, 왜곡된 사고로 또 다른 상처를 만들 뻔했다.

알아차리길 다행이다, 성급하지 않아 다행이다.

 

사람을 좋아하고 내 앞에 있는 사람의 마음을 알아보고,

이야기를 들어주고 필요를 채워주는 행위가 좋아서 선택한 지금의 일.

좋아하는 이 일을 유지하고 싶은 스스로를 위해 할 수 있는 건

이런 사소한 부정적인 헤프닝은 잘 접어서 다시 버려주는 것.

그리고 가치관이 맞지 않는 누군가를 변화시키려 하지 않는 것.

하루를 좋은 것으로 채워 넣는 것.

 

마음을 기준으로, 관계 안에서 누군가 더 손해보고 더 이득 보는 구조가 존재할까?

이득과 손해는 개인의 느낌일 뿐,

각자의 불안하고 연약한 마음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탓하고 미워해봐야 내 머리, 온몸, 생활이 불편하고 괴로워질 뿐이다.

결국 자신을 자신이 괴롭히는 행동일 뿐이고.

그냥 그렇게 합리화하고 정리해본다.

그리고 또 다른 싸움을 불씨를 꺼트린 스스로를 칭찬하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