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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개미 달

[스타벅스 30대 신입 바리스타 일기 5편] 마지막 글. 4개월차 퇴사, 이 일의 좋은 점과 아쉬운 점. (TMI+장문 주의)

 

* 경고: 로고가 민망할 정도로 개인적인 이야기가가 대부분인 글이니 주의!

 

블로그를 꽤 방치했다.
시간 여유가 있을 때 이런저런 내용을 쓰기도 했고, 간단히 포스팅해볼까 했지만 마음이 나지 않았다.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직장생활을 하면 늘 에너지가 부족하다.
타고난 에너지가 부족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데 최근 들어 이런 생각이 많이 든다.
직장 생활에 에너지를 과도하게 많이 소모한다는 것.
일을 할 때는 늘 그렇다.
스타벅스 파트너와 관련된 포스팅은 오늘로서 마지막이 될 것이다.

 

 

근무 3개월이 훌쩍 지난 어느 날 퇴사 신청을 했다.

첫 달과 3개월 차. 짧은 기간이지만 많은 것이 바뀌었다.
업무는 비교적 능숙해져 스스로 해내는데 어려움이 줄었고

눈치도 조금 생겨서 도움을 주고받으며 소소한 즐거움 느끼는 빈도가 늘었다.
고객들과의 관계에서 소소하게 느끼는 긍정적 피드백은 자부심을 가지기 충분했다.
바리스타 파트너들과 한층 가까워졌고, 힘들게 느껴지던 슈퍼바이저들은 전배를 갔다.

 

퇴사 신청을 하던 그즈음은 특별히 힘든 일도 없었고,

열일하는 스스로가 건강하게 느껴지던 시점이었다.

그즈음 매장 매출이 조금씩 떨어지고 있었고,
어느 날 하반기 퇴사 인원 확인을 위한 점장님의 메일을 받았다.
그 순간 확신이 들었다.

"지금이 퇴사해야 할 순간이다."

 



점장님에게 면담 신청을 했다.
매장이 바빠 며칠을 기다린 후에야 면담을 진행할 수 있었다.
면담은 생각보다 오랜 시간 진행되었고 퇴사 사유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했다.

퇴사 사유는 개인 사정을 끌고 와 급여와 연결 지었다.
급여는 사소한 이슈였지만 구구절절 털어나 봐야 서로 힘들 것 같아 그렇게 말했다.

퇴사자에게 까지 굳이 이렇게 시간을 들이는가에 대해 의문이 들기도 했지만

여러모로 매장 관리자에게 주어지는 업무가 아닐까 싶었다.

면담을 하며 점장님은 퇴사 여부를 재차 확인했는데,

생각보다 퇴사를 번복하는 인원이 많은 것 같았다.

 

퇴사는 한 달 전, 10, 20, 30일 단위로 정해야 한다.

때문에 한 달을 더 근무하기로 하고 퇴사일을 정한 뒤 퇴직원 작성을 했다.

3개월간 발생한 연중+정규 휴일을 사용해 퇴사일보다 약 1주일 정도 일찍 그만두기로 했다.

퇴사 전 한 달간의 근무를 하면서 든 감정은

정든 마음에 대한 섭섭함과, 짧은 기간 들인 노력에 대한 아쉬움이었다.

 

 

 

모든 것이 좋아지고 있는 상황에 어째서 퇴사를 하는가

한 파트너는 "OO는 속을 알 수 없다, 거짓말쟁이" 라며 장난 섞인 섭섭함을 비쳤더랬다.

스스로도 겉과 속이 다른 사람처럼 보일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게, 왜일까.
답을 알지만 해결하지 않은, 누구도 이해하지 못할 그런 문제들.
그런 문제 때문에 그런 선택을 했다.
문제의 포인트는 퇴사가 아닌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삶의 시점에 있다.
솔직할 수 있으나, 솔직하지 않았다.
이 것이 내 퇴사의 가장 큰 이유다.

 



딱히 열심히 살지 않았다.
자신을 치열하게 파헤치고 탐구하지 않았다.
그렇게 자신을 방치한 게으름은 30대에 들어서 더욱 크게 느껴졌다.
10대 20대에는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더라도 미숙함이 당연하기에 어떤 문제도 크게 다가오지 않았다.
그렇게 흘러온 30대의 나는 스스로에게 걸맞은 위치에 있어야 했다.
누군가의 필요도 있겠지만, 스스로가 원하는 위치 말이다.
그러나 어디에도 내가 있을 곳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직장 생활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참 많은 시도를 해봤다고 생각한다.

바쁘게 살았는데, 어떤 곳에서도 의미를 찾지 못했다.
익힌 기술들은 많은데,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느낌을 느껴보았는가.

직장 내에서 인정을 받아도 도저히 채워지지 않는 이 무가치함과 무기력감은 누구도 해결해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10년 후, 20년 후에도 여전히 괴로울 것만 같았다.
스타벅스 정보 글을 적어야 하는데 너무 우울한 글이 되어 민망스럽다.
하지만 내 이야기니까, 그냥 적어 내려가 본다.

 



자신의 마음에 솔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면의 그것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자신을 건강하게 드러낼 줄 알아야 한다.

자유분방한 마음을 옥죄고 채찍질하는데 익숙해진 나는,

나이가 들어갈수록 더욱더 건강한 소통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

남들처럼 평범하고 부지런하게 살아가지만 삶에 대한 의욕과 에너지는 더욱 줄어들고 있다.

사회생활을 하며 10년 넘게 겪어온 고질적인 문제이다.

 

어릴 적부터 주변의 누구도 공감하지 못하는 문제를 끌어안고 살았고 충분히 해결하지 못했다.

세상에서의 부적절감이 머리끝까지 차오른 20대의 어느 날,

속세를 벗어난 삶을 살아간 적이 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공생하는 절간 생활.

가진 것은 적었지만 삶을 한걸음 한걸음 스스로 걷는다는 느낌이었다.
기쁨도 슬픔도 괴로움도 생생한 자신의 것이었기 때문에 늘 감사했다.

그날의 기억들이 현재의 무력감을 더욱 키워 나갔다.

"이 삶은 아니다."

어째서 세속의 기준에 자신을 맞추려고 애를 쓰는지,
또 다시 부적절감을 느끼고 떠나고 싶은 충동에 몸부림쳤다.

일을 하고 돌아와 집에 있다보면 꽤 자주 그때의 순간들을 떠올렸고,
직장 관계에서의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고 있는 자신의 시간이 참 무의미하고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일 죽어도 후회 없을 일을 하면서 살고 싶다.

철없지만 온전한 욕구였다.

그 뿐이다.

 

 

놀랍게도 가지고 있는 스벅 근무 관련 사진이 셀카 한 장 뿐이다.



그래서, 스타벅스에서 바리스타로 근무하며 느낀 좋은 점과 아쉬운 점은?
어떻게 살아갈지 구구절절 적어나가면 끝도 없으니 급격히 마무리를 해야겠다.

4개월의 짧은 적응 기간을 돌아보며 느낀 부분에 대해 적어나가 보려고 한다.

 


스타벅스가 참 좋다고 느껴진 부분은,
역시나 업무 분화가 잘 되어있어 다양한 사람들이 체계적으로 일을 해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주어진 일만 잘 해낸다면 얼마든지 좋은 바리스타가 될 수 있다.

물론 직급이 올라가면 또 다른 역량이 올라간다. 리더쉽 같은 관계형 재능 말이다. 

 

 또, 초반의 고통(?)을 견디고 나면 남아있는 사람들은 참 건강한 사람들일 가능성이 많다.
인성이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자신에게 직면한 문제를 어떤 방식으로든 해결해 내는 사람은 건강하다.
무엇보다 서비스직을 하는 사람들이기에 착하고 유쾌함은 덤이다.
이런 건강한 사람들과 함께 하면 순간순간이 밝아진다.
개인적으로 파트너들과 만날 수 있어 참 좋았다.
직급, 나이, 성별 불문하고 다양한 사람들을 지켜보며 배움을 얻고 많은 도움을 받았다.

 

그리고 가장 큰 장점이자 단점이 될 수 있는, 근무시간이 5~7시간으로 짧다는 것.

 


아쉽게 느껴졌던 부분은,

노력하지 않으면 도태되기 쉽다는 것이다.

노력이라 함은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되는 정보들은 기본이고, 진급과 성취를 위한 공부도 있다.

내가 느낀 바 그렇다.

회사에서 지속적으로 푸시를 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내가 근무한 매장 특징일 수도 있다)
조성된 분위기 자체가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고 노력하는 분위기다.
이 부분이 참 멋지다고 좋다고 생각하면서도,
업무에서의 성취에서 큰 의미를 느끼지 못하는 나에게는 조금 높은 허들로 인식되었다.
직장에 시간과 에너지를 들여야 하지만 성취를 느끼지 못할 거라는 두려움은,
이 매장에서의 앞날이 순탄치 않을 거라는 생각을 갖는데 어려움이 없었다.
직급은 올라갈수록 업무도 많아지고, 계속 공부하지 않으면 일을 하기 힘들어진다.

 

또한 파트너 성향에 따라 피드백이 무례하게 느껴질 때,

나는 불편해도 티 내지 못하고 넘어갔다.
물론 신입 바리스타이기 때문에 배워야만 하는 것도 있었지만,

아무래도 직급과 나이의 허들을 극복하지 못했다.

매출이 높을수록 업무가 많아져 개개인의 힘듦을 관리하기 어려울 것이다.
물론 어려운 문제는 점장님과의 면담도 가능하고 사내 상담도 운영하지만,

보통 신입 바리스타가 겪는 고통은 '신입'이기에 겪는 경우가 많아서

부당하게 느껴도 어쩔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 같다.

하지만 주기적으로 매장 인원이 교체되므로 인내하다 보면 저절로 해결된다.

 

마지막은 두말할 필요 없이 낮은 급여이다.

 

 

좋은 점
1. 업무가 체계적이라 근무할 수록 업무가 수월하다.
2. 파트너들이 건강하고 유쾌하다. 좋은 사람들이 많다.

3. 근무시간이 짧아 피로감이 적다.

 

아쉬운 점
1. 업무에 대한 푸쉬가 있는 편이다. (점장님은 나름 맞춰주려고 하지만 파트너들이 안봐줌)
2. 성격 안 맞는 파트너를 만나면 힘들다.

3. 낮은 급여.

 

이렇게 정리해 보았다.

 

'스타벅스'라는 브랜드를 좋아하고 서비스 업무를 좋아한다면,

더불어 매장을 관리하는 일을 체계적으로 배워나가고 싶다면.

스타벅스에서 근무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그러나 예민하고 스트레스에 취약하다면 쉽지 않을 것이니 더 고민해보기를 바란다.
하지만 신입의 그 기간을 극복해 낸다면,

더 크게 성장한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퇴사한 입장에서 이런 이야기 하는 게 민망 스럽긴 하지만

발전을 위해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 회사임에는 틀림없다.

 

나는 다른 길을 택했지만

함께 근무했던 파트너들과 스타벅스의 모든 파트너들을 존경하며,

앞날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