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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개미 달

[스타벅스 30대 신입 바리스타 일기 2편] 한달도 채 되지 않아 퇴사를 생각하다 (입사지원서 넣기 전 읽어 볼 것)

 

달은 요즘 생각이 많다.

스타벅스에 입사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는 지금, 예상치 못한 난관에 봉착했기 때문이다.

 

이런 난관에 대해서는 그 어떤 퇴사/종사자 후기에서도 볼 수 없었다.

물론 언급은 했었겠지만, 그분들은 포커스가 다른 곳에 맞춰져 있었기에 달이 흘려 읽었으리라.

 

구글링으로 찾고 또 찾아보면 어딘가의 누군가가 언급하겠지만

모두 일이 힘들다. 사람이 힘들다. 라고만 했지, 달이 맞닥뜨린 이 문제에 대해 누구도 무게 있게 다루지 않았다.

 

그래서 단순히 일의 강도가 하드해서 체력적으로 되다. 텃세나 규율이 빡세다. 정도로 인식한 달은, 체력 하난 자신 있었기에 한가한 것보다 낫다고 생각했다.

파트너 관계 부분에 대해서만 조금 걱정을 했고, 실수만 조심하자는 마음의 준비만 하고 입사했다.

 

그리고 4월 한 주 한 주 보내며 마주한 가장 당황스러운 이것.

근무 외 시간이 어마어마하게 잡아먹힌다는 것이다.

 

밤샘 후 출근 전 1.5시간 눈 붙이고 일어난 달의 모습

 

달은 시간의 여유를 정말 중요하게 생각한다.

시간에 쫓기게 될 것 같으면 아무리 좋아하는 것도 계획에서 빼버린다.

일상생활의 윤택함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달이 스타벅스에 입사 지원을 한 가장 큰 이유는

바리스타로서 마지막 기회라는 마음도 있었지만, 돈은 포기하고 그만큼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생활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10-12시간 근무하던 때 보다 더 잠도 못 자고 생활도 엉망이다.

근무 시간은 불규칙해서 마감 후 오전 출근하는 날이면 밤을 새우거나 1-2시간만 자고 일어나 출근한다.

 

신입 바리스타는 스타벅스 기본 업무 사이클에 대해 이해하고, 사내 규정된 품질 기한, 레시피를 완전히 외워야 한다.

달이 이렇게 징징거려서 레시피 양이 어마어마 한가? 하면 그 정도 수준은 아니다.

다만 완벽하게 외워야 한다는 것에 부담이 크다.

왜냐하면 달은 스타벅스를 많이 다녀본 고객도 아니고, 지금 외우고 있는 그 레시피의 음료가 무슨 맛인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개인 카페나 가맹점에서 근무할 때는 어느 정도 외우더라도, 갑작스레 깜빡할 경우를 대비해 레시피를 간소화해서 바에 준비해뒀었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 이렇게 빡센 공부를 하게 될 거라곤 생각도 못했다.

 

다른 파트너들은 좀 틀려도 된다, 물어보고 하면 된다고 위로 하지만, 당사자인 달은 스스로가 자괴감이 들기 때문에 열심히 안 할 수가 없다.

자괴감이 든다고 해서 질문하는 것에 자존심 상하는 사람은 아니다. 오히려 가 많아서 질문 과다가 되기 쉬운 사람이다.

그런데도 파트너들에게 질문하는 게 부담스러운 건, 달이 근무하는 매장이 지역 내에서 꽤 바쁜 편이고, 인력도 부족한 상태이기 때문

바쁘게 자기 포지션에 집중하고 있는 파트너들에게 모르는 게 수두룩한 달의 질문 목록을 죄다 읊고 있을 수 없는 노릇이다. 그렇게 간간히 해결되는 궁금증으로 전체 상황을 이해하기엔 달은 너무 날것의 신입이다.

 

이런 것이 달의 단점이기도 한데, 필요한 것이 있으면 내가 확신이 설 때까지 남을 귀찮게 하더라도 철판을 깔고 필요한 것을 얻어낼 줄 알아야 하건만, 스스로가 다른 사람을 귀찮게 하거나 괴롭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면 행동을 멈춰버린다.

 

또 최장 4시간 이상 지속하게 되는 러시타임과, 30분/1시간 단위로 바뀌는 합리적인 포지션 분배는 신입에게 온전히 연습할 시간 조차 얻기 힘들게 하니, 레시피들은 머릿속에 문자 상태로 둥둥 떠돌아다닌다.

 

 

부업 준비하면서 매일마다 하는 생각

 

물론 이 모든 괴로움이 '스타벅스 때문'이라고 할 수는 없다.

공부하는 것이 힘들긴 하지만 온전히 모든 시간을 공부에만 쏟았다면 지금의 부담만큼 힘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100만 원 내외의 월급으로 월세에 개 두 마리와 대출까지 감당하려면 부업이 필수이기 때문에 부담스러운 것이다.

 

달은 애초에 5시간 근무하면서 부업을 할 작정으로 면접을 봤다. 이렇게 초반에 투자해야 하는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는 것을 미리 접했다면 아마 입사지원은 이번이 아닌 다음을 기약했을 것이다.

주 6일 10-12시간 근무하던 사람이 주 5일 5-7시간 근무를 하면 적어도 2-3시간은 당연히 여유가 있을 줄 알았다.

 

달이 하고 있는 부업은 2-3시간 정도만 투자하면 되는데, 실전에서 레시피를 완벽하게 풀어내지 못하니 그 소중한 시간을 온전히 집중하지 못하고 이 시간 때문에 매장에서 레시피를 기억해 내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어리석은 자책감과 중압감에 이도 저도 못하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다 급여는 빠듯하다 못해 늦잠을 자서 택시 한두번만 타도 마이너스가 되는 상황이니 부업을 안 할 수도 없는 상황.

 

그렇다.

스스로가 자신을 괴로움의 구렁텅이에 밀어 넣은 꼴이다

더 충분히 알아보았어야 했고, 직영 근무를 우습게 보면 안 되는 거였다.

 

그래서 이번 주 내내 신입답게 도움이 되는 건지 안 되는 건지 모를 행동을 하면서 지금 내가 이 곳에 있는 것이 맞는 건지 월 식비 3만 원으로 매일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면서 저축도 못할 급여를 받으며, 10시간 근무할 때보다 엉망인 집안 상태를 두고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자신의 결정이 합리화가 아닌지, 현실을 직시해야 하는 것 아닌지, 현재 근무 중인 파트너들처럼 모든 열정을 쏟으면서 일해도 잘할까 말까 하는 곳에서 자신은 너무 안일한 생각을 하고 입사한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으로 괴로웠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공부할 시간을 한두 시간이라도 주면 모를까 개인 시간을 통해 학습해 오는 것이 당연한 스타벅스의 잘 짜인 교육 시스템이 원망스럽기도 했다. 신입의 초반 열정에 책임을 떠넘기는 느낌이랄까.

 

그래도 어쨌든 아직 한 달도 안된 시점에 이런 생각이 드는 건 어쩌면 당연할 수도 있고, 나이 30대 중반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흙수저 신입 바리스타의 나약한 마음이기도 하다.

파트너들은 레시피를 외우면 좀 나아지고 6개월 정도 되니 익숙해졌다고 하는데, 과연 그 날은 언제 올 것인가.

열정 없는 흙수저의 삶이란..

현재는 잡생각하지 않고 그저 현실에 던져져서 스스로가 어떻게 해결해 나가는지 지켜보는 중이다.

뭐, 못견디면 그만두는거고.

이렇게 또 한사람 걸러지는 것 아니겠나.

스스로의 나약함과 찌질함을 지켜보며 많은 생각이 스치지만, 충분히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그리고 3개월 내 결정이 나겠지. 생활이 없으면 일도 의미 없으니까.

 

고정비 지출이 크지 않고 안정적이라면 스타벅스 바리스타로서 꿈을 키워나가는 것도 좋을 것이다.

하지만 나이도 있고 지출이 많은 생계형 직장이라면 달과 같은 딜레마에 빠질 것이다.

아, 물론 빠르게 진급해서 급여를 올리는 방법도 있지만 달은 진급 생각은 없다.

(지금도 힘든데 더 스트레스 받는 위치를 목표삼고 싶지 않다)

초반 업무시간외 퇴근 후 시간을 충분히 투입해 공부할 자신이 있다면 지원하시라.

자신도 없고 그럴 생각이 없다면 아마 금방 퇴사의 길로 가게 될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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