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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개미 달

[스타벅스 바리스타 채용 2편] 파트너 1차 면접 후기

 

스타벅스 서류전형 합격을 하고 나서 많이 기뻤지만 바로 그다음 날 잡힌 면접이 걱정되는 달이었다.

아무래도 면접인데 옷을 좀 단정하게 입고 가고 싶은 마음이 강했기 때문에 외투를 뒤적뒤적했지만 마땅한 옷이 없었다.(옷장은 꽉 찼는데 옷이 없어!) 초봄의 추위가 살짝 꺾였지만 여전히 차가운 공기, 살짝 볕이 강해져 조금만 움직이면 체온이 올라감을 느낄 수 있는 3월 말의 계절에 간절기 옷은 돈지랄이라고 여기며 절대 사지 않았던 달에게 패션의 신이 재앙을 내린 것이다. 결국 가장 얇은 세미 코트를 걸쳤는데 가는 길에 더워서 얼굴만 벌게지고 옷은 벗어서 들고 다니느라 짐만 되었다. 😂

대충 예상했을 때 대략 10분, 길어야 20분 정도 이력과 자기소개서에 관련된 내용의 대화를 하겠거니 생각을 했는데 결과적으로는 30분이 넘는 시간 동안 면접을 보았다.

 

우선 매장에 도착했을 때 고객이 너무 많아서 말을 걸기가 조심스러웠는데, 미어켓처럼 기웃기웃 몇 번을 하니 음료 제조 중인 파트너 분께서 시선을 맞춰주셨다. 저.. 면접 보러 왔는데요~라고 어색하게 말하니 파트너분의 뭐지😐 싶던 표정이 😲 로 바뀌면서 달의 이름을 물어보시고는 자리를 안내해주시며 잠시 기다려달라고 하셨다. 그렇게 자리에 앉고 기다리는 순간부터 심장이 정말 쿵쿵쿵 뛰었다.

 

면접은 아무리 봐도 적응이 안 되는 것 같다. 달은 면접을 할 때 멘트를 준비하면 준비할수록 머리가 백지가 되어서 더 꼬이는 편이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멘트나 질문에 대해 아무 준비도 하지 않는다. 물론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 수십 번 스피치 연습을 하는 누군가는 달을 노력하지 않는 사람이 라고 생각 할 수 있겠다. 달 스스로도 노력파가 아닌 실전에서 임기응변에 강한 사람일 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준비와 노력을 아끼지 않는 이들이 다수 지원하는 대형 브랜드에 지원하게 되면 스스로의 단점이 드러나지 않을까 싶어 기피해 왔었다.

면접을 잘 해내고 싶은 마음과, 당황스러운 상황이 오지 않을 까에 대한 걱정과 불안, 새로운 장소에서 새로운 누군가와의 면접 경험에 대한 흥분 등 많은 감정들이 뒤섞여 떨리는 마음을 애써 침착하게 가라앉히며 기다렸다.

 

약 15분 정도 기다렸을까.(기다린 시간이 짧았더라면 그만큼 길게 느껴졌다는 것이다.)

점장님이 오셔서 서류를 보며 달의 이름을 확인하셨고 손님이 앉지 않는 구석의 장소로 이동했다. 자리에 앉자마자 스타벅스에서 가장 좋아하는 음료가 뭐냐고 물어보시길래 짧은 순간 머릿속에서 든 생각.

 

제대로 아는 메뉴가 없으면 스타벅스를 자주 이용하지 않았다는 증거다. → 스타벅스도 자주 이용하지 않고, 메뉴도 잘 모르는 사람 → 스타벅스 대한 관심이 없는 사람이다. → 아니, 브랜드도 잘 모르면서 지원을 해? (이미지 -50 획득했습니다) → 안돼! 빨리 내가 좋아하는 메뉴를 구체적으로 알고 있다는 것을 알려야 한다.(두뇌 풀가동) → 떠오른 음료 : 돌체블랙밀크티(맛있어서 머릿속에 이미지만 있음. 정확한 제품명 모름) 떠오르는 단어 : "콜드브루 블랙티" 입 밖으로 나온 말 : 콜드브루... 그..

 

점장님: 콜드브루요? 그냥 콜드브루? 

달: 아뇨 그.. (단어를 잘못 말한 걸 알아챔. 바로 노선 바꿈)

콜드브루 라떼가 맛있더라구요 (투썸 콜드브루 라떼 좋아함. 스벅보다 투썸을 두배는 더 많이 이용했었음.)

점장님: 콜드브루 라떼요? 그런 건 없는데..

달: 아!! 그 콜드브루 라떼 같은 돌체 라떼가 맛있더라구요!! (아 개망했다)

점장님:  아 돌체콜드브루요?

 

포커페이스로 멘붕+좌절하던 달에게 점장님은 그럼 음료를 받아오겠다고 말씀하시고는 자리에서 일어나셨다. 달은 그제야 깨달았다. 그냥 면접자에게 음료 한잔 주려고 물어보셨다는 것을...

그렇게 점장님께서 돌체블랙밀크티가 아닌 돌체콜드브루를 가져다주셨고, 마실 음료 물어보시는 거였냐고 묻는 달에게 점장님은 시험이 아니었다며 웃으셨다. 첫 멘트부터 꼬여버린 탓에 멘붕이 온 달은 면접이 진행되는 30분 동안 돌체콜드브루의 얼음이 다 녹을 때까지 한모금도 마시지 못했다.😭

 

자, 서론이 참 길었다.

그럼 면접 질문에 대해 적어보겠다. 마치 회사 내에 면접 전용 질문 매뉴얼이 준비되어 있는 것처럼 점장님은 생각보다 구체적이고 다양한 질문을 하셨다.

 

1. 사는 곳과 매장까지의 거리

2. 현재 근무하고 있는 직장에 대하여. 왜 퇴사하는지?

3. 과거 근무했던 직장에 대하여. 왜 퇴사했는지?

4. 스타벅스에 지원한 이유?

5. 스타벅스에 지원 후 스타벅스라는 브랜드에 대하여 특별히 알아보거나 노력한 것이 있는지?

6. 자신과 맞지 않는 직원이 생겼을 경우, 해당 동료와 친해지기 위해 했던 노력이 있는가? 의견의 대립이 생겼을 때 어떻게 해결하는가? 나이가 어린 파트너가 반말을 할 경우 어떨 것 같은가?

7. 동종업계에서 종사하며 겪었던 좋은 기억의 고객, 나쁜 기억의 고객에 대한 썰이 있는지?

8. 스타벅스 바리스타가 하는 일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9. 근무시간을 정확히 알고 있는지? 업무시간에 변동이 있거나 연장이 발생하는 상황이 생겨도 괜찮은지?

 

떠오르는 대로 적어봤는데도 이 정도이다. 달은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했고, 점장님도 진지하게 고개도 끄덕여가며 들어주셨다. 듣는 분의 태도가 좋아서 인지 질문에 대한 답변을 하기가 조금은 수월했던 것 같다. 질문 1 답 1 형식의 간단한 대화가 아니었고 달이 답변하는 중간에 점장님이 더 상세한 질문을 하거나, 달이 합격하여 근무를 하게 될 경우 어떻게 될지 대한 점장님의 구체적인 설명도 있었다.

그리고 만약 면접에 합격되더라도 당일 통보하는 것이 아닌 본사에 채용 요청을 해야 하고, 본사에서 최종 결정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TO가 맞지 않을 경우 보류될 가능성도 있다고 했고 그렇게 되면 채용 결과는 최소 1주에서 늦으면 2주, 혹은 그 이상도 미뤄질 수 있다고 하셨다. 그렇기 때문에 혹시나 늦더라도 지원한 스타벅스 매장에서 연락이 갈 경우, 다른 일을 구했거나 채용을 포기한다면 그에 대한 결정 여부만 이야기해달라고 요청하셨다. 그리고 원래는 1차 면접(점장), 2차 면접(지역 매니저)으로 나눠져 있는데 현재 코로나로 인하여 2차 면접은 진행하게 될지 잘 모르겠다고 말씀하셨다.

 

그렇게 면접이 끝났고 달에게 궁금한 부분이 있냐고 물어보셨는데, 보통 면접 자리에서는 진짜 물어봐야 할 것이 떠오르지 않기 때문에 소소하게 궁금한 점을 질문하고 면접을 마쳤다. 아마 점장님 말로는 달 이전에도 면접이 있었고 그다음 타임에도 면접자가 있다고 이야기 들었다. 역시나 지원자가 많은 것 같았다.

달은 다 녹은 돌체콜드브루를 들고 매장을 나섰다. 파트너분들이 퇴점 멘트로 인사를 해주셨는데 긴장이 풀려서인지 찐따처럼 대충 인사하고 매장을 나왔다. 생각보다 스스로의 이야기에 대해서 길고 구체적으로 말을 해서 그런지 너무 건방져 보이진 않았을지(나이가 들어가면서 앞으로 '할 수 있다'라는 열정보다 그동안 '해왔던' 경험에만 의지해서 이야기하는 꼰대화 되고 있다. 흑.), 실수한 단어가 있는 건 아닐지 잠깐 걱정을 하고는 면접이 끝난 후련함과 기쁨에 도취되어 가벼운 마음으로 아이쇼핑을 하고 근무하던 매장 업무를 한 뒤 집에 갔다.

 

 

그리고 면접 다음날 오전에 이런 문자가 왔다.

대충 전날 면접 봤던 매장에서 지원서를 검토중이라는 내용.

응? 나 면접 봤는데. 2차 면접 말하는 건가? 문자 내용에 살짝 의아했다.

그래도 회사니까 전산 작업이 살짝 늦어졌겠거니 생각했다. 아니나 다를까 오후에 면접을 봤던 매장 점장님에게서 연락이 왔다. 1차 면접은 합격되었고 본사에 요청하였으니 다음 주나 늦어도 2주 안에는 연락을 주겠다고 하셨다. 솔직히 면접자도 많고 깐깐하게 살펴보는 느낌이라 기대감이 5:5였기 때문에 기분이 상당히 좋았다. 뭐라고 대답을 하고 전화를 끊었는지도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감사하다고 했겠지) 

그리고 아래와 같이 문자를 받았다.

진짜 합격이다 ㅠ

 

1차 면접은 합격했지만 진짜 합격은 이제부터다. 사실 면접 볼 때 점장님의 본사에서 최종 결정을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80%는 떨어질 가능성이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1:1 면접은 나름 강점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력이나 그동안 걸어온 행적을 객관적으로 살펴 봤을 때, 스스로가 성실한 사람으로 불려질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솔직히 많은 기대는 하지 않고 계속 구직 사이트를 보고 있는 중이다. 점장님께서 1주일 후 연락 주겠다고 하셨으니 정말 며칠 남지 않았다. 마음 같아서는 떡하니 합격해서 많은 나날을 스타벅스 바리스타로서 차근차근 일을 배워나가고 싶지만, 대기업 채용에 자신이 없는 달은 그런 기대를 내려놓고 다만 기다려본다. 다음에는 본사 채용 결과에 대한 글을 작성하도록 하겠다.

지금도 면접을 기다리고 준비하는 많은 예비 바리스타들에게 운이 따르길 기원한다.

 

 

 

다음편이 궁금하다면 아래 링크로 👇👇👇

3편) 최종합격후기 https://cloud16moon89.tistory.com/8

 

[스타벅스 바리스타 채용 3편] 파트너 최종 합격 후기

어제(지금 새벽이니 정확히는 그저께) 면접 후기를 올리고 최종 면접 결과까지는 일주일은 더 기다려야 했기 때문에 오늘은 다른 글을 올릴 생각이었다. 하하. 그런데 늦잠을 자고 일어나서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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