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비가 오는 날.
달은 긴장 속에서 바쁘게 하루를 보냈다.
새로운 환경과 새로운 과제, 미래에 대한 기대와 불안감.
하루는 끝나가는데 주어진 숙제들은 아직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지금 눈앞에 보이는 숙제들이 전부가 아니라는걸 알고 있다.
앞으로 더 많은 과제와 문제들이 코앞에 닥칠 것이다.
달은 오늘은 물론이고 당분간 글을 쓰지 말아야하나 잠시 고민한다.
아니, 아침에 일어나서 출근하는 동안에도 고민했다.
그리고 퇴근 후 책상 앞에 앉았지만 여전히 해결이 되지 않았다.
고민할 시간조차 아까워 23:50까지 알람을 맞춰두고 눈앞에 쌓인 숙제로 빠져든다.
그렇게 2시간 뒤 알람이 울리고, 주어진 숙제들은 반도 넘기지 못했다.
그리고 잠깐 고민하다 블로그를 켰다.
당장 글을 쓰지 않는다고 해서 누구도 강요하지 않고 나무라지도 않는다.
오히려 눈앞에 쌓인 과제들을 해결하지 못한 것에 대한 대가가 더 클 것이다.
그렇지만 달은 맥주를 한캔 꺼낸 뒤 블로그를 켜고 글을 쓰기 시작한다.
무슨 마음 때문인지 깊이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
그냥 글이 쓰고 싶을 뿐.
달의 집 냉장고에는 맥주가 종류별로 3캔 이상 채워져 있다.
혼자 사는것의 장점이 여기서 나온다.
냉장고 속을 좋아하는 것으로만 쌓아 놓을 수 있다는 것.
편의점에서 다양한 상품을 고르는 듯한 풍족함이 맥주 서너 캔으로 채워진다.
하지만 달은 술을 자주 마시지도 않고 탄산도 잘 못마시기 때문에,
네 개 만 원짜리 큰 캔보다 330ml 작은 캔을 더 좋아한다.
그래서 오늘 꺼낸 맥주는 요 녀석이다.
1664 BLANC 330ml
블랑. 이름이 참 예쁘다.
알코올 도수는 5.0으로 국산 맥주보다 대략 0.5도 정도 높다.
캔의 디자인은 처음에 봤을 때 특별하지 않게 느껴지는 일반 세계맥주 느낌인데,
푸른 캔의 이미지에 속아 한 모금 마시면, 그 느낌이 또 다르다.
사실 오늘 근무하면서 파트너 음료로 자몽허니블랙티 를 마셨다.
자몽도, 단 것도 좋아하지 않아서 Best음료지만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다.
블랙티 때문인지 자몽의 씁쓸함은 덜 느껴지면서 장점인 자몽 향은 살아나는 것이,
커스텀하지 않고 먹었는데도 부담스럽지 않고 맛있는게, 왜 Best음료인지 알 것 같았다.
의도하고 마신 것이 아님에도 자몽허니블랙티에서 느낀 장점을 블랑맥주에서도 느낄 수 있다.
첫 모금의 향그러움과 시트러스하지만 농도있고 부드러운 목넘김,
그리고 은은한 단맛과 마지막의 옅은 쌉싸름함까지.
뭐, 맥주라 하기 우스울 정도로 맛이 좋다.
몇 번을 먹은 것 같은데 폴란드 맥주인걸 지금 알았다.
역시나 시트러스 계열이 첨가되었다. 캐러멜향과 고수는 의외다.
맥주가 점점 줄어들면서 배가 부른 게, 이대로 잠들면 내일은 분명 속이 쓰릴 거다.
역시 인간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존재가 맞는 것 같다.
부디 일찍 일어나 과제를 한 시간이라도 정독하길, 내일의 달에게 책임을 떠넘겨본다.
첫 문장을 쓸 때는 하루를 끝내기 아쉬웠는데,
마지막 문장을 쓰는 지금은 할 만큼 했다는 충족감이 든다.
글을 쓰길 잘한 것 같다.
내일은 그만한 과보를 받게 될 것이다.
아무렴 어떤가, 330ml짜리 즐거움으로 마무리한 하루가 만족스러웠음 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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